전이 속에서 환자는 분석가를 과거의 중요한 인물로 경험하고 있다. 분석가가 절제의 원칙을 잘 견지하며 분석을 진행하면 더욱 지속적인 전이 반응을 발달시키게 된다. 다시 말해서 현재 신경증에 관여하는 무의식의 내용물들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도록 전이는 좌절되어야 한다. 그러면 중요했던 인물과 관련된 모든 갈등 양상들이 전이 속에서 만개하게 된다. 환자의 갈등은 오이디푸스 욕동과 복잡하게 관련된 양상을 보인다. 이런 갈등을 신경증적인 방어로 처리하면서 다양한 증상들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전이가 전개되는 과정을 견디고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피분석가는 적절히 통합된 자아와 초자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전이가 만개하면서 환자는 분석가와 분석과정에 더욱 몰두하게 되고 분석가와 분석이 환자의 삶에서 중심적인 관심사가 된다. 환자의 본능적인 욕구와 신경증적 갈등이 분석 상황으로 재집결되고 분석가에게 집중된다. 대개 분석가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 즉 사랑과 미움 등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어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반응을 강력하게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미묘하거나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점점 환자의 증상과 갈등 그리고 방어들이 분석가와 분석기법에 집중되면서 원래 신경증은 분석가에 대한 전이신경증으로 대부분 대체된다. 분석 상황 내에서 환자의 신경증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전이신경증에서 환자는 분석가에게 과거 자신의 신경증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전이신경증을 통해 환자의 갈등을 생생하게 관찰하면서 분석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분석가가 전이신경증을 적절히 다루고 해석해 주면 환자의 유아신경증이 재활성화된다. 전이신경증에서 유아신경증과 유아기 이후의 변형된 모습까지 같이 재활성화된다. 분석가는 전이를 명료화하고, 환자는 전이 해석과 훈습을 통해 신경증적 방어 양상을 이해함으로써 병리적 방어 대신 이성적 대응이 가능하게 된다. 전통적인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태도는 전이신경증이 최대한 발달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전이신경증은 환자의 과거 병적 경험들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따라서 분석가는 전이 상황을 보호하고 그것이 만개하는 것을 방해하는 어떤 오염도 막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분석가 개인의 특성과 가치가 침투하는 것은 전이신경증의 범위를 제한한다. 자기심리학은 정신분석을 받게 되는 대부분의 환자의 정신 병리의 핵심이 자기 결손이라고 간주한다. 자기 결손은 정상적인 자기 발달이 실패하여 자기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자기 결손의 원인은 어린 시절 자기-자기대상 관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대상의 공감적인 반응 자체가 결핍되었거나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고 아이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좌절을 경험한 결과이다. 그 결과 변형 내재화를 통해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지 못한 채 자기의 성장이 멈춰지거나 왜곡되고 결손난 상태를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을 통해 치유를 얻기 위해서 발달과정에서 방해받은 성장이 분석과정에서 다시 진행되어야 한다. 즉 분석가와 자기-자기대상 관계를 다시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분석가를 자기대상으로 삼아 자기-자기대상 관계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자기심리학은 이를 '자기대상 전이'라고 부른다. 환자는 분석가와의 관계에서 자기대상 전이를 형성하고, 분석가가 자기대상으로서 적절하게 반응해 줄 때, 환자는 방해받았던 발달과정을 다시 활성화하고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므로 분석가는 환자의 전이 속에 담겨 있는 자기애적 욕구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 줘야 한다. 자기대상으로서 적절한 공감적 인 반응을 해 줘야 한다. 이것은 전이가 만개할 수 있도록 전이를 보호하고 방해하지 않는 전통적인 분석 비법과 비슷하다. 또 전이가 전개되며 분석가에게 집중되는 것도 전통 기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정신분석에서 전이가 만개하여 전이신경증이 형성되는 과정은 일종의 퇴행이다. 반면, 자기대상 전이는 퇴행적 전개 없이 자기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자기대상 전이와 전통 전이의 가장 큰 차이는 전이를 전개하고 처리하는 기법이다. 전통적인 분석에서 전이를 발달시키고 다루는 유일한 방법은 해석이다. 자기심리학 분석에서 자기대상 전이를 발달시키고 다루는 방법은 공감적 자기-자기대상 관계와 해석 모두가 포함된다. 전통적인 분석에선 전이를 좌절시킴으로써 환자의 갈등이 충분히 전개될 수 있도록 촉진한다. 반면, 자기대상 전이에서 환자를 좌절시키는 것은 또 한 번 자기대상의 비공감적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고 자기대상 관계의 좌절이다. 그러므로 환자는 더욱 자기애적 욕구를 억압하여 자기대상과의 관계에서 철수한다. 즉 전이가 방해받는 것이 되고 분석 자체가 점점 불가능해진다. 이런 차이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이가 되는 피분석가의 심리적 내용이 처음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분석에서 전이의 내용은 무의식의 억압된 욕동인 반면, 자기대상 전이에서 전이의 내용은 중단된 자기 발달의 욕구다. 그러므로 분석의 목표는 전이를 통해 무의식의 내용들이 최대한 표출되게 하여 의식이 무의식의 욕동과 소망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이드 욕동에 대해 자아의 지배력을 확산하는 것이다. 자기심리학에서 자기대상 전이의 내용은 공감받지 못한 자기애적 욕구다. 그러므로 전이를 통해 분석가가 적절하게 반응해 줄 때 환자는 새로운 자기-자기대상 관계를 경험하며 공감적인 분위기 내에서 자기의 발달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전통 분석에서 의식의 통제나 자아의 지배력을 확산하는 것과 달리, 변형 내재화를 통해 자기의 심리구조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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