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고등학생인 청소년이다. 그가 늘 어려워하는 부분은 아버지와의 거리감이었다. 3남매 중 유일한 아들이고 장남인 그는 학교생활도 어렵지 않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에 대한 어색함 때문에 아버지와 겹치는 일은 늘 피했다. 그가 표현하기를 '우리 아빠는 과묵하고 때로는 냉정한 것 같아요. 아빠는 자기 일에만 몰두하고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은 유일하게 축구 경기 있을 때 텔레비전 앞에 앉는 것 외에는 없어요.' 라고 말한다. A는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고 정말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내가 그의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A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정한 사람도 아니고 냉정한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들에 대한 사랑이 깊은 사람이었다. A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가갔을 때 아들이 자신을 거부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A의 아버지의 어린 시절은 '거부'에 대한 경험 때문에 자신의 삶을 축소해야만 했다. 아들에 대한 마음은 늘 있지만 아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어린 시절 관계의 친밀함이 형성되기도 전에 거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역기능적 가정에서 자랐다. 상대방과 친밀함을 형성하기 두려워하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반면 A도 아버지에게 다가갔을 때 두려운 것은 아버지가 자신을 거부할 것 같아서였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거절'에 대한 관념이 말과 행동을 제어하는 듯했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서로에게 다가가야 하는 노력이다. 두 사람의 거리는 결핍된 친밀감의 결과였다. 아버지의 다가감이 시작돼야 하고 아들의 받아줌도 있어야 한다. A가 아버지에게서 겪은 경험은 다른 친밀한 관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우리 안에 어색함, 표현되지 않은 욕구들, 친구, 연인, 배우자 또는 자녀들에게서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인간 삶에 있어서 관계는 중요한 요소이다.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는 일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하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중요한 단면을 공유할 수 있고 친밀해지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벽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삶의 다른 영역에 있어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우리가 타인과 공유하는 친밀감은 감정적이고, 지적이고, 육체적이고, 정신적이며, 이 모든 것들의 총체다. 우리의 관계는 특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길거나 짧게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자녀 양육을 위한 성장 세미나'에 참여했을 때 같은 팀이 되어 모임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연락하지 않지만, 진실한 친밀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친밀함은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친밀함을 형성하는 것은 자기 생각, 감정, 반응을 자신에게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공유함으로써 친밀감이 형성된다. 사실 보통 상황에서는 이런 생각과 감정과 반응을 공유하는 것은 잘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자신의 아픔, 미움, 화남, 기쁨을 기꺼이 공유하려 할 때 관계는 응집성이 생성되고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미래에 다가올 이별의 슬픔을 피하려고 짧은 기간의 만남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친밀함과 친구 관계는 짧은 시간에도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과 공간이 멀어진다고 해서 그전에 생성된 친구 관계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친밀하게 되는 것을 피할 때 우리는 자신을 축소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들이 떠나고 친구 관계가 끝날 것에 관한 두려움으로 새로운 이웃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혹시 우리가 아프거나 죽어 가는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사람을 잃은 아픔이 두렵기 때문이다. 비록 그런 두려움이 형성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과 진실로 가까워지는 특별하고 황홀한 경험을 스스로 빼앗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돌보고 그들과 보내는 시간을 충분히 맛보면서 우리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나는 위의 예화에 등장한 A군에게 아빠의 주위를 맴돌기만 하지 말고 아빠를 향해 용기를 내보라고 말했다. 용기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 아빠와 함께하기를 원할 때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던 그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 용기를 통해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나는 그의 아버지에게 아들에게 다가가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내서 아들의 말을 들어보고 서로 눈을 맞추고 아버지와 아들로서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환경과 사건과 사람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A군과 그의 아버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계를 만들고 친밀감을 형성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 잣대가 되어, 자신의 고정관념이 되어 관계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A군의 아버지에 대한 선입견과 A군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거절'에 대한 생각을 넘어서기 위해서 그들에게 간접적인 접촉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는 "나의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요?, 나의 아들은 어떤 아들인가?"라는 주제로 여러 질문을 통해 문장을 완성하도록 하였다.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기본적인 사랑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완성하고 서로에게 답을 공유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상처를 알게 되면서 친밀함은 형성되었다. 부자지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의 형성은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고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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