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말이 있듯이 몸과 정신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정신이 건강하면 몸도 반응하여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은 건강한 몸을 형성한다. 즉 자존감은 자기 몸을 지키고 존중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반면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표현된다. 자기 몸에 대해 부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부정적 자아가 생겨난다. 부정적 자아는 집착과 중독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반대로 자기 신체에 대해 긍정성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 몸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자신을 좋게 포장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자기 수용’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고 이는 건강한 신체로도 이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면 어떻게 자기 몸을 소중히 여겨 건강한 자존감과 연결할 수 있을까?
첫째, 자기 신체를 건강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건강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만났던 A는 과도한 비만이 아닌 몸이 통통한 친구였다. 과도한 비만은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통통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A는 자기 신체를 무척이나 수치스러워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고 싫어했을 정도이다. 자신이 수치스러워하는 ‘신체’가 곧 ‘나(존재)’가 되어 버린 경우이다. 그래서 자신은 수치스러운 존재가 된 것이고 그에게는 그것은 문제가 되었다. 음식을 먹지 않고 살을 빼려고 노력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식탐은 더 커졌고 급기야는 자포자기해버리는 상황까지 왔다. A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다. 신체적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핸디캡(남보다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건) = 나’라는 개념으로 자아상이 형성된 경우이다. 이렇게 자아상을 만들어 간다면 존재 자체가 ‘남들보다 못한’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남보다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건(핸디캡)이 분명 불편을 주는 것은 맞지만 ‘나’라는 존재가 핸디캡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때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방송 매체이다.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는 광고, 영화, 드라마 속 주인공 인물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멋있고 키가 크고, 8등신이다. 마치 바비인형처럼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 외모가 표준이 되고 기준이 되었다. 그런 기준과 표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짙게 화장하고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물론 화장도 필요하고 성형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선을 넘을 때는 나의 외모가 내 존재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외모에 대해 존중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들, 또는 자녀의 신체에 대하여 말할 때 긍정적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친밀함이라는 핑계로 장난스럽게 그들에게 던진 말이 무의식 속에 쌓여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야 다리가 왜 이렇게 휘었냐? 활이네...” 라든지, 자녀를 향해 “못난이 우리 딸내미(아들)” 등의 말을 듣게 된다면 그들의 내면에는 말한 내용이 그대로 인식이 된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타인의 말을 흡수하게 된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신체의 주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은 상태라면 타인의 말이 곧 자신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자기 수용과 자기 이해가 단단해질 때 자신을 건강한 인격체로서 수용하고 자기 몸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인간의 말은 힘이 있고 영향력이 있다. 부정의 말을 하면 부정의 정서, 부정의 에너지를 전하게 되지만 긍정의 말을 하면 긍정의 정서,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게 된다.
둘째, 몸의 신호를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 몸은 오감(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감은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을 내면(마음)에 전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마음에 이상이 생겨날 경우 이상 신호를 오감으로 내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오감을 감싸고 있는 육신에 이상이 오게 된다. 더구나 오감은 단순히 신체 이상에 신호를 보낼 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 오감이 반응한다. B는 어느 날부터인가 계속 배가 아팠다. 부모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계속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진찰하고, 사진 찍고, 검사를 했지만 별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 갈 때쯤 되면 자녀의 배가 더 아프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자녀의 입에서 뜻밖의 말들을 듣게 된다. B는 오랫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 상황이었다. B는 반 친구로부터의 따돌림을 당한 것이 큰 상처가 되었고 마음의 상처는 그에게 몸의 이상 반응으로 나타났다. 몸은 마음의 또 다른 영역이다. 몸의 신호를 통해 마음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몸의 반응을 통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는 의미다. 몸 상태를 체크하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역도 체크할 수 있다.
셋째. 신체의 주인은 본인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필자가 만난 C는 폭력의 희생자였다. 폭력 앞에서 그는 힘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그는 지금에서야 ‘왜 내가 그때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C의 말로는 두려움 때문에 저항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C보다 체격이 크거나 힘이 센 것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는 그는 자기 몸을 내버려 둔 것이다. 그는 자기 신체에 대한 소중함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나왔다. C는 폭력 앞에서 자기 신체를 허용하지 말아야 했고 당당히 저항해야 했다. 몸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에 거부해야 했다. 신체의 주인이 본인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자기 몸을 함부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자기 몸에 대해 위해를 가한다면 자신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이것이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 발달 단계에 필요한 것 (0) | 2022.09.24 |
---|---|
내면 아이가 상처 받을 때 (0) | 2022.09.22 |
사춘기 심리 이해하기 - 자존감이 핵심이다 (0) | 2022.09.19 |
당신 안에 놀라운 내면 아이가 있다 (0) | 2022.09.14 |
건강한 의식을 찾아서 (0) | 2022.09.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