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불안감을 안고 산다. 엄밀히 말하면 현대인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이 불안의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미국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Torry Higgins)는 우리의 이상적인 자아, 당위적인 자아, 현실의 자아가 충돌할 때 우울과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적인 자아는 희망과 갈망을 바라는 자아이다. 동사로 표현하자면 '~을 하고 싶다'이다. 예를 들면 '좋은 차를 가지고 싶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등이다. 반면 당위적인 자아는 '해야만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이다. '경제적으로 든든한 가장이 돼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들이 돼야 한다',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을 잘 양육하는 엄마가 돼야 한다' 등이다. 그런데 현실적 자아가 이상적인 자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인 자아 불일치가 발생한다. 현실의 나와 이상적이 나 사이에 거리가 생길 때, 특히 그 거리가 자꾸 멀어지게 느껴진다면 불안과 우울감이 커지게 된다. 또한 당위적인 자아와 현실적인 자아의 불일치도 경험한다. 평생 '~을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자주 충돌하는 상황을 겪는다. 많은 사람들은 큰아들로 태어나서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모가 바라는 좋은 대학, 대기업 취업이 본인과 맞지 않을 수 있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이 쉽지 않고 자녀 양육이 힘들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야 하고 실수 없이 계획한 것을 이행하려고 하지만 해야만 하는 당위적인 일은 늘 현실과 부딪친다. 현실의 나는 없고 해야만 하는 나만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생각대로 이루지 못할 때, 인생이 계획적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만났을 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불일치가 늘 힘겨운 상황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 다가오는 자기 불일치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상적인 자아는 꿈과 목표 의식을 갖게 해 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야만 하는' 자아가 사회와 문화에 알맞은 예의 바른 인간상을 갖게 해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현실을 직면하지 못하고 그 안에 진정한 내가 없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이상적인 '나'와 당위적인 '나'를 벗어나서 진정한 '나'를 찾으려면 잘못 형성된 신념을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하는 잘못된 신념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프로그램화된 '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교류 분석을 창시한 에릭 번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돼 버린 신념을 '인생 각본'이라고 했는데 인생 각본은 부모에 의해 강화되고 일련의 사건들로 정당화되면서 결국 내가 선택한 대안으로 결말이 나는 인생 계획을 말한다. 엄마의 뱃속에서 먹고 자고 편안한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세상에 나온 아기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춥고 배고플까? 신생아의 몸을 큰 수건으로 꽁꽁 감싸는 것도 자다가도 배가 아파 미친 듯이 울음을 터트리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위험하고 불안전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 양육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해석하고 그에 따라 생존 전략을 짜게 된다. 그 생존 전략에 따라가면서 자아가 형성된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생존 전략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생존 전략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버려지기도 하고 사건을 통해 강화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내면에 굳은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내면에 자리 잡혀 있는 신념은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엄마의 뱃 속에서부터 이미 차곡차곡 쌓여 온 것이다. 이렇게 쌓여온 생존 전략 중 잘못된 신념은 무엇일까? 그것을 버려야 한다. 첫 번째 '완벽하라'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이 신념은 끊임없이 완벽해야 할 대상을 찾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 완벽함에 대한 신념은 보편타당한 기준이 아니라 본인이 설정한 기준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기준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예는 다양하다. 이들은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사회에서 선호하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부하 직원일 것이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일을 기한 내에 마무리 짓지 못하는 스스로가 용납되지 않아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경우다. 또 다른 경우는 선임자로서 함께 팀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미덥지 않아 혼자서 다 해 버리는 경우다. 회사 일이나 집안일이나 반드시 자기 손을 거쳐야 직성이 풀린다. 두 번째 '타인을 기쁘게 하라'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이 신념이 가진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사랑받을 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매력을 가졌다. 어릴 적부터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 온 사람들이기도 하다. 반면 관계에서의 불편함을 극도로 싫어하여 '예', '아니오'의 명확한 대답보다는 '괜찮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본인이 의견 내기를 꺼리거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괴로워하기도 한다. 세 번째 '강해져야 한다'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이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자립심이 강하고 어떤 일이든 혼자 알아서 해결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왜냐하면 '나는 강해야만 한다'는 신념이 오래전부터 학습되어 왔고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 자신이 슬픈지, 아픈지조차 모르는 상태일 수도 있다. 정작 자신의 감정을 제도로 알지 못한 채 슬픔과 아픔을 마냥 덮어 두기만 한다면 안된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다. 네 번째 '열심히 하라'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이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을 하겠다', '할 수 있다'는 말 대신 노력하고 시도해 보겠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존 전략을 삼은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임하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한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열심히 하는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한다. 삶에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열심히 할 일과 그냥 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서둘러라'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 이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말투와 행동에서 조급함이 묻어난다. 유독 서두르는 모습, 빠르고 급한 말투, 말을 더듬는 것처럼 보이는 것,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시선은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향해 움직 이는 것 등이다. 이들은 늘 아이디어가 많고 능동적이다. 자발적이고 계획도 잘 세운다. 그러나 벌여 놓은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는 욕심 때문에 핵심을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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