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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기 해체의 불안과 꿈

by s코치 2022. 6. 18.

Heinz Kohut(1913~1981)은 분석 상황에서 피분석가가 보이는 불안을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첫 번째 불안은 비교적 응집적인 자기가 특정 상황에 대해 경험하는 불안이고, 두 번째 불안은 자기 자체의 상태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다. 두 가지 불안은 대개 임상 초기엔 잘 구분되지 않지만 오랫동안 공감적으로 내성할 때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광범위한 불안이 아닌 국한된 불안의 예로는 버림받음의 위협이나 인정받지 못함의 불안을 들 수 있다. 사랑의 대상을 상실하는 불안, 거세 공포 등도 이에 포함된다.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하는 불안 혹은 초자아 불안 등도 국한된 불안을 초래한다. 불안이 초기에 나타날 땐, 그 내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막연한 불안과 긴장 상태로 경험되지만, 저항을 극복하고 분석이 진행되면서 핵심적인 불안의 내용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전이 관계 속에서 오이디푸스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는 거세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거세불안을 처음부터 직접 대면하고 표현하는 환자는 없다. 처음에는 다소 모호한 이런저런 두려움을 표현하다가, 분석이 잘 진행되는 경우 점차 저항이 극복되면서 거세불안의 핵심적인 내용이 드러나게 된다. 자기 해체의 불안은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강렬하면서도 광범위하게 경험된다. 자기 파편화의 위험이나 주도성을 심각하게 상실할 위험에 처한 경우, 자존감의 극심한 손상, 극도의 무의미감 등이 광범위한 자기 해체의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들이다. 이런 세밀한 불안의 내용 역시 초기에는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저항이 극복되면서 조금씩 불안의 핵심적인 내용에 접촉하게 되지만, 많은 경우 비유나 은유를 통해서 불안의 내용을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프로이트도 자기-해체의 불안과 유사한 불안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는 '리비도 위험'은 '압도되거나 멸절'의 공포로 경험된다고 표현하였다. 프로이트의 딸인 아나 프로이트 역시 '본능의 강렬한 공포'를 말했는데 이것은 자기 해체의 불안을 초심리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Heinz Kohut은 자기의 응집성이 해체되어 압도되거나 멸절되는 불안이 본능에 의해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이트가 말한 욕동에 의한 불안은 자기 해체 불안의 원인이 아니라 자기 해체의 결과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자기 해체의 불안은 흔히 일련의 꿈을 통해서 나타난다고 보았다. 초기엔, 건강염려증적인 양상이나 공포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실제 환자가 사는 집의 벽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는데 그것을 집 전체의 심각한 구조적 결함으로 걱정한다든지, 환자의 피부에 조그마한 염증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진행되어 패혈증으로 잘못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 자기 해체의 불안은 꿈으로도 나타나는데, 거주지역이 해충으로 뒤덮이거나, 수영장이 조류로 뒤덮이는 불길한 징조를 보인다. 이러한 공포들이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끝없이 걱정스럽게 궁리하고 공황 상태에 빠지곤 한다. 그렇지만 그 밑바닥에는 자기가 매우 쇠약해졌거나 해체되는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Heinz Kohut은 자기 해체의 불안과 관련된 꿈을 '자기-상태 꿈'이라고 명명하였다. 전통적인 정신분석에서 통상적으로 다루는 꿈이 욕동 소망이나 갈등 혹은 갈등 해결 등과 관련된 꿈이라면, '자기-상태 꿈'은 자기의 해체나 과도한 자극에 대한 공포 등과 관련된 꿈을 말한다. 자기-상태 꿈은 이렇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로 가득 찬 자기 해체의 불안을 구체적인 시각 이미지로 다루려는 무의식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분석에서 자유연상을 통해 무의식적인 꿈의 잠재 내용에 도달할 수 있지만, 자기-상태 꿈에서는 그런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Heinz Kohut은 자기-상태 꿈의 발현 내용을 세밀하게 탐색하고 연상해 갈 때, 건강한 자기의 부분이 자기 해체의 불안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기-상태 꿈은 어린애의 꿈과 유사하고 프로이트가 말한 외상성 신경증 환자의 꿈도 이와 유사하다. 고열이나 중독 상태에서 경험하는 환각적인 꿈과도 비슷하다고 하였다. 그는 자기-상태 꿈의 예로 다음과 같은 꿈을 들었다. 이는 자기애적 전이에서 활성화되는 정신 병리가 정신증 수준으로 해체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첫째 꿈은 환자는 로켓을 타고 지구를 돌고 있다. 점점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돌고 있지만 궤도를 이탈하여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궤도의 중심에 있는 지구가 로켓을 효과적으로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꿈은 지구와 로켓 사이에 일정한 궤도를 유지해 주는 중력이 자기애적 전이를 의미한다. 로켓을 타고 도는 꿈은 분석을 통해 원초적 과시주의가 활성화된 것을 나타낸다. 둘째 꿈은 환자가 그네를 타고 있다. 앞뒤로 그네를 타며 점점 더 높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그네를 놓치고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거나, 그네가 한 바퀴 완전히 돌아 버리는 심각한 위험은 결코 없는 상태다. 이 꿈에서 환자는 고태적인 과시적 리비도가 활성화되면서 높이 올라가는 그네 꿈을 꾸었다. 이럴 경우 과도한 자극에 의해 경조증 혹은 조증 상태로 빠질 위험이 생긴다. 꿈은 그네의 줄에 의해 과도한 조증 상태나 정신병 상태에 빠지지 않고 보호받는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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